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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다 부질없다
젊은 나이에 고생하며 홀로 아들을 키워낸 오말순 여사(주인공). 아들은 대학교 교수로 훌륭히 자란다. 장성한 아들은 어엿한 가장이 되었고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오말순 여사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며느리는 화병으로 쓰러지게 되고, 오말순 여사가 정성껏 키웠던 아들은 그런 아내를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요양원에 잠시 모시기로 결정한다.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것을 알게 된 오말순 여사는 아들에게 실망하고, 서운한 마음을 추스르며 거리를 걷던 도중 예스런 사진관을 하나 발견하고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고자 한다.
뭐? 어린놈이 지금 나한테 반말을?
사진을 찍고 손자를 만나러 버스에 탄 오말순 여사, 한참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며 추근덕 대고, 무심결에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주름살 하나 없는 탱탱한 젊었을 적으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워하는 오말순 여사. 바뀐 모습을 설명할 길이 없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찜질방에 잠시 몸을 맡기게 된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왕에 젊어진 모습, 젊었을 적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자는 생각에 이름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의 이름을 따서 '오두리'라는 이름으로 바꾸며 평생 자신을 위해 사본 적 없는 옷과 장신구들을 사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만끽한다. 하지만 갑자기 젊은 사람처럼 취향을 바꾸는 것을 무리였을까, 옷도 옛날 스타일, 헤어도 옛날 스타일을 고수했고 자연스럽게 발길은 자신이 평소 즐겨 가던 노인 전용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어릴 적 자신의 집에서 종노릇 하며 살던 박 씨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지만 박 씨 할아버지는 당연히 오두리(오말순)를 알아보지 못한다. 노인 전용 카페에서 장기자랑 시간에 자신의 애창곡을 부르며 가창력을 뽐내는 오두리,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젊음을 누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각 노인 카페 근처에 있던 방송국 피디 한승우가 우연히 오두리의 노랫소리를 듣게 되고, 자신이 준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로서 적격인 목소리라 판단한 한승우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가지만 이미 오두리는 자리를 떠나고 난 후였다.
찾았다! 새로운 인생 시작?
같은 시각, 오두리의 손자 반지하도 자신의 할머니의 목소리에 반하게 되고, 오두리가 자신의 할머니인 줄 꿈에도 모르는 반지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오두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그룹에 보컬로 들어와 달라고 제안한다. 우여곡절 끝에 밴드에 들어가 보컬로서 활동하게 된 오두리,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자신만의 매력적인 가창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한승우는 밴드 활동을 하는 오두리를 찾게 되고 오디션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게 되고 오두리는 자신은 외모만 젊어졌을 뿐이라는 생각에 제안을 거절하지만 손자인 반지하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한승우와 부쩍 가깝게 지내게 된 오두리, 우연히 발등에 상처가 나게 되고, 상처가 난 부위에 주름이 지는 걸 본 오두리는 피가 난 부분은 젊음을 잃어버리고 원래의 나이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등의 상처를 숨긴 채 오디션을 진행해 나가며 오두리가 속한 밴드는 점점 더 인기를 끌게 된다.
젊음 VS 가족
오디션의 결승 무대를 앞두고 대기하던 밴드와 오두리, 무대에 오를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자인 반지하의 소식이 없어 애를 태운다. 우여곡절 끝에 반지하의 빈자리를 매우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오두리와 밴드. 무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손자인 반지하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오두리는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간다. 긴급 수혈이 필요한 반지하, 특수 혈액형인 반지하는 수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당장 수혈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손자의 혈액형과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가족 중 오두리뿐이었으나 수혈을 하게 되면 젊은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간의 일들로 인해 오두리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안 아들은 더 이상 본인을 희생하지 말고 어머니 본인의 인생을 살라고 하지만, 오두리는 망설임 없이 손자를 구하기 위해 수혈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 오두리, 아니 오말순 여사. 시간이 흐른 뒤, 여느 때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젊고 멋있는 남자 하나가 오말순 여사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소외 계층(노인)과 가족애를 가볍게 풀어낸 영화
영화 초반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들을 가볍게 풀어내며 시작한다. 주인공이 자주 가는 노인 전용 카페도 사회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노인 계층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영정사진을 찍으러 들어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나니 주인공이 가장 외적으로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는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노인들에게도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시절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쓸모없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가정 안에서 든든한 버팀목인 '어른'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탄탄해서인지 많은 타국에서 리메이크되며 흥행을 달렸던 수상한 그녀. 두세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아 아직 관람하지 못한 분이 있으시다면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