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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도 이런 감정을 가진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해보자면 '우울감'이었다. 우울증과는 다른 우울한 감정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상태가 있었다. 그때의 나를 잠깐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내 주변 사람보다 내가 삶 속에서 엄청나게 뒤처져있다고 생각했다. 비유를 하자면, 친구들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나는 국도를 달리면서 빨간불에서 자꾸 브레이크를 밟아 내 삶에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막아서는 무언가가 존재해 더 이상 변화되어 보이는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바뀌는 게 하나도 없어 보였으니까. 그때는 이런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서 혼자 끙끙 앓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 감정에 충실할수록 내 삶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삶이 국도가 아닌 꾸불꾸불한 시골길로 삥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내 삶이 퇴보하는 것을 겪은 뒤로는 이따금씩 같은 감정이 찾아와도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이유를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유가 뭘까? 체력을 많이 써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난 원래 게을러'라는 사고방식은 틀린 생각이다. 갑작스러운 번아웃 증상이 오는 것은 무조건 이유가 있다. 내 삶 어느 한 부분에서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길 바란다. 제일 최악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서 머릿속을 쉬게 놔두지를 않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핸드폰으로 쉴 틈 없이 인스타그램을 본다던가, 유튜브를 시청한다던가, 텔레비전을 보는 행동들 말이다. 이것들은 내가 쉬고 있는 것 같지만 온전히 쉬게 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내 머릿속을, 내 정신을 더 어지럽게 만드는 것들일 뿐, 이런 행동들을 하고 나면 당신은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닌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이유를 찾았는가?
그럼 이제 해결책을 생각해 볼 차례다. 어찌 되었든 내 생활 속에서 내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았다면 이제 내가 왜 그 이유 때문에 이렇게 무기력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내 관점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에서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한없이 감성적이기만 하면 끝도 없이 늪으로 빠지게 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을 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 이 무기력한 상황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혹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감정을 즐기고 있는가?
잠깐 동안은 괜찮다. 그런데 이 감정에 계속 빠지게 되는 순간, 내 삶이 나도 모르게 늪으로 빠져가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자. '아, 쉬고 싶다!'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아주 다른 맥락의 감정이다. 혹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좀 쉬고 싶은 마음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제 마음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예요!'라고 소리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가 무기력해진 이유를 찾았고, 해결책도 찾았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행동하라는 소리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서 말했듯이 나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이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 내 감정에 질질 끌려다녔던 적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도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내 안에서 참 많은 결단이 필요했다. 그런데 막상 행동으로 옮기고 보니, 이 감정이 별 거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을 조금만 바꿔 생각해도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이 감정은 정말로 이겨내기 쉬운 감정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 아무것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해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지금 내 상태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아닌 것이 되는 거다. 말장난처럼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내가 이 늪 같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감정에서 빠져나온 방법은 '아무것이라도 해봤다.'라는 것에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좀 쉬고 싶다는 감정과는 다른 문제이니 자신의 감정을 잘 분별하기를 바란다. 단순히 쉬고 싶다면, 시간을 내어 쉬면 된다. 온전히 쉬는 나만의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온전히 쉬는 방법'에 대한 글을 나눠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점이다. 아무튼, 이 글을 다 읽고도 한숨만 푹푹 나온다면, 혹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인터넷을 검색해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핸드폰이든 컴퓨터든 접속을 종료하고 하늘을 좀 올려다 보기를 바란다.